숲속에 살고 있는 여우가 어느 날 두루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였다. 쟁반 같은 접시에 맛있는 스프를 담아 대접했다. 두루미는 배가 고팠지만 자신의 긴 부리로는 넓적한 접시에 담긴 스프를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화를 감추고 잘 먹고 간다며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 후 어느 날 여우를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하였다. 두루미는 기다란 호리병에 맛있는 음식을 가득 담아 내놓았다. 두루미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지만 여우는 손도 못 대고 굶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이다.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먹기 편한 그릇으로 음식을 내어놓았다. 결국 상대방이 만든 음식을 먹지 못했다. 동물들의 생김새의 차이와 배려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 우화가 주는 교훈 중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일 것이다. 자기 위주가 아닌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였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도, 둘의 사이가 나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에게 상처를 준 자는 언젠가 자신도 똑같이 상처를 입는다.
易地思之의 자세는 존중(尊重)과 배려(配慮)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尊重의 뜻은 남을 높이며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配慮는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을 뜻한다. 배려의 漢字를 풀이하면 짝(配)을 대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慮)하는 것이다. 내게 소중한 나의 짝, 나의 배필을 대하듯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바로 존중과 배려이다.
우리 모두는 배려의 대상이며 동시에 배려하는 존재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고 부족함이 있다. 그러므로 선의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서로 돕고 위로하고 이끌어 주면서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富者(부자)라고 하여도, 높은 자리에 있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반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마땅히 인격체로서 존중 받아야 할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하는 인권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자 배려’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념, 종교, 인종, 지역, 직업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인간이면 누구나 존엄성을 인정받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보듬어 주고 사랑하는 것이 인권 증진의 출발점이며, 행복한 삶과 살기 좋은 사회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戊戌年은 우리 사회의 큰 갈등과 배타적인 일 들이 많았다. 어떤 위기도 함께 헤쳐 나가며 이겨낸 우리 국민들의 지혜와 용기가 있었기에 다행히 우리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념갈등, 노사갈등, 경제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의 벽이 존재한다. 또 우리 주위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이 있다. 모두가 화합하고 소통하여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1차산업(농수산, 직물)이 있었기에 2차산업(기계, 에너지)이 있었고 3차산업(컴퓨터, 정보)이 발달 하였으며, 앞서 산업들로 인해 4차산업혁명시대(모든산업 융복합과 소통)가 도래 된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인성 윤리 화합 융복합 소통 없이는 발전될 수 없는 것이다.
己亥年은 행운과 풍요를 상징하는 만큼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절망 속에 신음하는 분들에게 사랑의 손길과 희망을 주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과거보다는 미래의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다.
孟子는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禮人不答反基敬 愛人不親反基仁 治人不治反基智)라고 말하였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개인, 사회, 국가, 종교, 정치 모두가 자기 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리는 삶의 지혜를 발휘하여 갈등과 반목 대신 화해와 사랑이 넘치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
[프로필] 임 윤 섭(林潤燮)
前경운대학교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
㈜이노시스 ICT기술연구소장